한 줄의 획이 움직이면, 시대가 흐르고 전통이 새겨진다.
서예가이자 전각가인 근원 김양동(近園 金洋東)은 ‘획’이라는 원초적 요소를 통해 한국 예술의 정체성을 탐구해왔다. 그의 획은 단순한 선을 넘어 문자와 형상, 빛과 조형을 아우르는 새로운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근원은 한국 미술의 기원을 ‘빛살무늬’에서 찾았다. 기존 ‘빗살무늬’로 불렸던 신석기시대 토기의 기하학적 문양을 그는 ‘빛살무늬’로 새롭게 해석하며, 이를 한국 미술의 원형으로 보았다. 이 무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태양과 빛의 기운을 담아내려 했던 원시적 조형 언어이며 한국 예술의 본질인 ‘밝음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작품 속에서 ‘각(刻)·서(書)·화(畵)’의 결합으로 구현된다. 문자와 조각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지고, 전통과 현대가 맞닿는 순간, 그의 예술은 한국적 미의 본질을 새롭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 획의 노래는 근원 김양동의 대표작을 통해 그의 독창적인 미학과 조형 언어를 조명한다. 옹기 흙으로 도판을 만들고, 문자를 새긴 뒤 구워 한지에 찍어내는 독창적 제작 방식은 한국 전통 공예 기법과 서예의 경계를 허문다.
획 하나가 문장이 되고, 그림이 되며, 결국 시대의 정신을 담는다.
이번 전시가 한국 예술의 원형을 찾고, 그 밝음의 미학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자하미술관) 김양동 <획의 노래>...
2025-03-04